티스토리 뷰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는 마냥 시가 주는 분위기가 좋아서 읽고 음미했던 기억이 있다. "Whatever"라는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아마도 그 당시의 사춘기의 나에게 어필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커서 읽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무언가 바뀌지 않는 세상에 대한 슬픔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최근 우리는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많이 보고 있다. 부당한 것들에 분개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결국 개인의 힘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읽는 오늘의 나는 왠지 모르게 슬퍼진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흘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참고 사항

BGM: http://bit.ly/kiraBG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