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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낭송하고 있노라면, 시를 쓴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호흡을 같이 하면서 읽고있으면 낭송하는 순간만은 내가 시인이 된 듯한 착각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백석의 시를 낭송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시는 한편으로는 따듯하고, 한편으로는 언제나 외롭다.

 

그래도 블로그의 첫 낭송시인만큼, 따듯한 시를 올린다. 타지에서 만난 고향에 대한 반가움이 고스란히 적혀있는 백석의 고향, 감상해보자. 

 

고향도 아버지도 다 있다.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ㄹ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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